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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수동 트리마제에 문 연 신생 갤러리에 모인 단색화 거장 4인

[ART CHOSUN] 성수동 트리마제에 문 연 신생 갤러리에 모인 단색화 거장 4인

윤다함기자


김근태·김춘수·김택상·장승택 4인전 ‘층, 고요하며 깊다’展


서울 성수동에 서울숲과 한강을 끼고 조성된 최고급 아파트 트리마제 내 상가에 문을 연 신생 갤러리에 단색화 거장 4인이 한데 모여 눈길을 끈다.   최근 새롭게 개관한 ‘아트프로젝트 씨오(Art Project CO)’는 각기 독자적인 형식으로 단색조의 추상을 구축하고 국내외 활발한 활동을 펼쳐온 김근태, 김춘수, 김택상, 장승택 4인의 작품을 선보인다.   개관 특별전 ‘층, 고요하며 깊다(Layer Tranquility & Depth)’는 이들 거장 4인의 서로 다른 ‘층’의 질감을 시각적으로 느낄 수 있는 자리로, 한국의 주요한 미술사조인 단색화에 대한 관심에서 시작돼 이른바 ‘단색화 열풍’을 이끈 1세대 작가들에 이은 차세대 단색화에 대해 주목해 보고자 마련됐다.   단색화는 자연을 거스르지 않는 전통적 자연관을 바탕으로 한국 고유의 정신적 가치를 내면화한 것으로, 특히 안료의 물성, 즉 화면의 질감을 경험하게 하는 시각적 촉감과 시간의 중첩이 필연적으로 동반된다. 이는 오랜 시간에 걸쳐 겹겹이 물감층을 쌓아 올리는 행위의 반복을 통해 완성되는 것으로, 이러한 과정은 ‘수행’이라고도 표현된다. 거듭되는 반복적 행위로써 빚어지는 화면은 단색빛의 단순한 표면질로, 텅 비어있는 듯하면서도 꽉찬 느낌의 이중성을 느끼게 한다. 이들 작가 4인의 작품 또한 이러한 특징을 뚜렷하게 보인다. 이를테면, 김근태는 자연에서 가져온 재료의 물성을 져버리지 않고 살리고자 하며, 질료 고유의 속성을 존중하는 데 뜻을 두고 평생의 화업을 이어왔다. 그의 작업이 오색찬란한 색채나 화려한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어도, 오로지 담박한 색감만으로 궁극의 충만함과 그득함을 이루는 이유다. 김근태는 돌의 속성을 재현하기 위해 유화물감에 석분(石粉)을 접착제와 섞어 광목 캔버스와 융합해 독자적인 매체를 빚어냈다. 불상의 거슬거슬한 질감, 분청사기의 질박한 표면과 소박한 문양을 평면에 일폭으로 옮긴 셈이다. 흰색이지만 희지만은 않으며 누렇지도 않은 색, 과시하지 않고 내세우지 않으며 은근히 배어나는 미색이 화면 밖으로 침윤하는 듯하다. 반면, 김춘수의 화면은 눈이 부시도록 강렬한 푸른 에너지를 뿜어낸다. 그의 대표연작 ‘울트라마린’은 바다나 하늘을 연상하지만 자연을 단순히 재현한 것이 아닌, 하나의 의미로 고정할 수 없는 자연의 다채로운 형상과 빛깔을 담고 있다. 특히 붓이 아닌 손으로 직접 단색의 울트라마린 물감을 캔버스에 묻혀 제작하는 독특한 회화적 언어가 특징이다.김택상은 캔버스 표면에 색을 겹겹이 칠해나가는 서구의 회화 실현 방식에서 탈피해 마치 캔버스 그 자체의 자연색이자 숨 쉬듯 살아 있는 빛을 담아 표현해왔다. 이러한 방법론을 작정하고 만들었다기보다는 지난 30년 화업 과정 속에 자연스레 ‘밀당’을 반복하며 구축한 것으로, 물을 머금은 빛의 색을 작품으로 구현하기 위해 다채로운 양식을 실험하고 시도한 끝에 지금에 이르렀다. 색이 없는 물을 이용해 빛을 산란시키는 물빛을 구현한 것인데, 층층이 얇게 입힌 물감이 마르면서 천 표면이 수축하면서 눈에 보이지 않는 틈이 생겨 미세한 가루 입자 간에 나노 크기의 공간이 생성되고 그 사이사이로 새든 빛이 산란하면서 화면 밖으로 스며 나와 발광하는 것 같은 느낌을 자아낸다. 장승택의 작품은 프리즘을 연상하는 빛의 향연 그 자체다. 플렉시글라스 위에 중첩된 색층이 서로 겹치고 스며들며 조응한다. 반투명한 표면 위에 색층이 얹히며 자연스레 빛을 끌어들이는데, 빛이 시시각각 변함에 따라 장승택의 화면도 마치 살아 생동하는 듯 아름다운 울림으로 존재한다. 전시를 기획한 임은혜 아트프로젝트 씨오 디렉터는 “참여 작가 4인이 가지는 공통된 정신성과 겹겹이 쌓아 올리는 동일하면서도 미묘하게 구별되는 표현방식에 초점을 맞춰 전시 타이틀을 짓게 됐다”고 했다.   안현정 미술평론가는 “전시에 초대된 작가 4인은 명상하듯 숙고하는 창작 속에서 자연미감을 화폭에 옮기는 세련되면서도 단순한 미감을 창출한다. 반복적으로 되새김질하듯 물감을 칠하는 행위, 캔버스 천에 시간의 흔적이 스며들게 하는 작업, 수차례 그어 내리며 유화와 석분이 중첩되는 등의 과정 속에서 결과물은 비어있고자하나 꽉 차 있고, 고요하고자 하나 심상을 울리는 꽉 찬 깊이감, 이른바 ‘명상의 층’을 남긴다”라고 설명했다. 6월 30일까지. ◆아트프로젝트 씨오: 서울시 성동구 왕십리로 16 트리마제상가 102호 아트조선 윤다함 기자 daha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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