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層_고요하며 깊다

Kim Keun Tai, Kim Tschoon Su, Kim Taek Sang, Jang Seung Taek

2021. 5. 27 - 7. 10

 

포스트 단색화, 명상의 층(層)을 주목하라! 


안현정 (미술평론가, 예술철학박사) 


서구의 미니멀 아트가 외연에 대한 단순함(텅 빈 회화)을 추구한다면, 한국의 단색화는 한반도 특유의 역사와 전통의 원형을 탐색하면서 자연성을 바탕으로 한 자기명상을 특징으로 삼는다. 최고가를 연일 경신하고 있는 1세대 대가들(1930년대 일제강점기 태생)과 달리, 이들을 잇는 포스트 단색화 작가들은 작가의식과 재료에 대한 정신에서 동시대적 의식을 새로이 재해석한다. 1950년대 이후 태어난 이들의 감수성은 70년대 종언한 서구미니멀리즘의 해결하지 못한 미완의 숙제를 짊어지기라도 한 듯 미래지향적 현재성을 보여준다. 집합이나 운동으로 보기보다 포스트 단색화 화가들의 개인 양식은 진행형이다. 포스트 단색화를 대표하는 김근태, 김춘수, 김택상, 장승택의 세계관을 단편적으로 볼 수 있는 전시 《층(層)_고요하며 깊다》가 Art Project CO(임은혜 디렉터, 성동구 트리마제 소재)에서 5월 27일부터 한 달 간 선보인다.  


거스르지 않는 자연관을 재해석한 전시 


단색화는 자연을 거스르지 않는 전통 자연관을 바탕으로 한국의 정신적 가치를 내면화 하며, 주요한 특징으로 안료의 물성, 즉 화면의 질감 그 자체를 경험하는 시각적 촉감과 시간의 중첩, 행위의 반복으로 오랜 시간을 두고 겹겹이 물감층을 쌓아 올리는 행위와 작업과정에 초점을 두고 있다. 이러한 수행의 과정은 반복적인 행위를 통해 완성되며, 비어있으면서도 꽉찬 이중적 행위성은 포스트 단색화 작가들의 작품 속에서 시대정신(Zeitgeist)에 대한 고민과 내적 명상을 내포하며 새로운 창작의 층을 만든다. 전시를 기획한 아트프로젝트 씨오 임은혜 디렉터는 20년이 훌쩍 넘는 미술계의 변화를 목도하면서 “단색화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고 말한다. “5월 개관을 기념하여 각기 독자적인 형식으로 단색조의 추상을 구축하고 있는 김근태, 김춘수, 김택상, 장승택 4인 작가의 전시를 기획했다.”며 “1세대 단색화를 이어온 이들이 가지는 공통된 정신성과 겹겹이 쌓아 올리는 동일하면서도 각기 차별적인 표현방식에 초점을 맞추어 전시 제목을 《층(層)_고요하며 깊다》로 정했다.”고 밝혔다. 


이번 전시에 초대된 작가 4인은 명상하듯 숙고하는 창작 속에서 자연미감을 화폭에 옮기는 세련되면서도 단순한 미감을 창출한다. 반복적으로 되새김질하듯 물감을 칠하는 행위, 캔버스 천에 시간의 흔적이 스며들게 하는 작업, 수차례 그어 내리며 유화 및 석분이 중첩되는 등의 과정 속에서 결과물은 비어있고자 하나 꽉 차 있고, 고요하고자 하나 심상을 울리는 꽉 찬 깊이감, 이른바 ‘명상의 층’을 남기는 것이다. 


단색(丹色)을 가로지른 화가들_김근태, 김춘수, 김택상, 장승택


김근태 작가(1953~)는 돌의 질감을 캔버스에 옮기면서도 유화물감과 돌가루[石粉]를 특유의 방식으로 섞어 광목 캔버스에 수평으로 옮겨내는 작업을 한다. 작업방식과 과정 모두에 있어 매체와의 타협과 융합을 강조하여 무형상을 향한 다양한 층차에 관한 질문을 던진다. 우리네 삶이 녹아든 내면의 질문들이 차분하면서도 실험적인 언어 속에서 작품을 종합시키는 역할을 한다. 


김춘수(1957~)의 ‘Ultra-Marin’는 자연의 온갖 빛을 머금은 깊고 푸른 역설을 담고 있다. 희고 푸른 에너지의 향연은 너무 깊어서 입을 뗄 수조차 없는 깊이 있는 침묵의 층을 담고 있다. 언어를 가로지른 색채의 메타포, 알 수 없는 형태는 모든 것을 상상하도록 유도하고 직접 화폭에 발린 물감은 구체적인 실존이 되어 ‘작가의 행위과정’을 다층의 사유로 전환시킨다. 


김택상(1958~)의 작품은 자연의 모든 색을 담은 듯 경이롭다. 물빛에 비친 대상의 리플렉션 같이, 물감과 만난 물빛의 향연이 캔버스의 미세한 흐름 속에서 

서서히 건조되면서 빛, 바람, 시간을 머금는다. 치유와 동시에 발견되는 자유, 개념적이기 보다 자유롭고 규정적이기 보다 다층적인 명상을 유도한다. 


장승택(1959~)의 작품은 품위 있는 회화의 피부와 같다. 플렉시글라스 위에 흩뿌려진 빛의 프리즘, 셀 수 없는 숫자를 더하면서 도색되면서도 층을 이룬 색들은 어느 하나 어색함이 없다. 스며들고 부딪히며 조응(照應)하는 배려의 시간들, 간결하게 정제된 단순한 미감이 우리의 심연을 두드린다. 


‘층(層)’의 깊이 있는 질문을 던지는 이번 전시를 통해 한국을 대표할 차세대 추상작가들과 만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