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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덕용

나무와 자개는 나의 오래된 표현 매체이다.

 

무수한 시간을 숲에서 존재해온 나무는
그들의 자리를 떠나 우리의 삶과 밀접하게 지내오다
마침내 나와 조우하여 인고의 시간에 대한 보상처럼
다른 생명의 숨결이 되어 내 안으로 들어온다. 

 

자개는 오래 머물던 심연(深淵)의 고향을 떠나
제 몸을 켜켜이 나눈 공정을 거쳐
혼불이 담긴 결로
칠흑 속 밤바다의 등대처럼 나에게 다가온다.

 

나무는 숲의 바람소리를 그리워하고
자개는 바다의 윤슬에 대한 향수를 지니고 있다.
이들이 지니고 있는 귀소본능은
내 기억의 공간인 안방과 마루에 비치는 따뜻한 빛이 되어
나에게 스며온다.

 

이제 또 다른 표현과 공간의 확장을 위하여
나무는 소성되어 한줌의 재로 검게 탄소화되고
자개는 산산이 부서져 빛이 된다.
이들과의 조우가 빚어낸 심현(深玄)의 공간에는
근원을 찾아가기 위한 회귀 본능이
운율이 되어 흐르고 
생명의 빛이 잉태되어 있다.

 

나에게 중요한 것은
나무와 자개가 지닌 물성적 현상만이 아니다.
그것에 내재된 고유의 근원에 대한 그리움.
이것은 비롯된 곳과 머무는 곳이 다른 존재로 현시대를 살아가는
나에게 삶에 대한 본질적 물음으로 다가와
동질적인 귀소로 물아일체된다.

 

그 빛과 결이 나의 손길에 의해
시간과 공간을 머금고
살아나길 바라는 마음이다.

                                                              

 

 

 2020년 3월, 김덕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