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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놈 Artnom


스마트한 자기유희, 아트놈의 ART-POP

혼성잡종의 예술학, 루이비통이 슈프림을 만났을 때

 

안현정 (예술철학박사, 미술평론가)

 

친근하면서도 사랑스런 캐릭터들이 유명상표 혹은 신화적 모티브들과 어우러졌을 때, 우리는 미술에 대한 가치판단에 의문을 던질 수밖에 없다. 작품들은 강렬한 시각적 모티브들 속에서 유머러스하면서도 가볍지 않은, 해학적이면서도 현상을 파고드는 아트놈 만의 독특한 시대 해석을 녹여낸다. 이질적인 가치가 우연과 필연의 무분별한 뒤섞임 속에 존재하는 혼성잡종의 시대(The age of various hybrids), 아트놈은 옳고 그름의 가치 역시 상황과 주제에 따라 달라진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이왕이면 멋지게, 기왕이면 예술적으로!

아트놈 작가의 새로운 시리즈를 나타내는 기본코드는 강력한 시각적 모티브, 전통 요소(신화 혹은 역사화)의 차용, 자기복제술과 유희(Funnyism), 혼성잡종 시대 속 간결함(평면화), 현실에 기반한 스토리텔링 등으로 압축할 수 있다. 고정된 의미체계를 해 집고 재해석하여 보기 좋게 만들어버리는 작가의 탁월함은 이미지를 생산하고 소비하는 팝아트의 본질과 맞닿으면서도, 예술적 유희로 승화시킨다는 점에서 기존의 팝아트와는 차별성을 갖는다. 21세기 혼성주체의 변화된 풍속도를 대변하듯, 아우라(Aura 혹은 권위)를 머금은 전통적인 도상들은 픽토그램(Pictogram)으로 연결된 루이비통(LOUIS VUITTON)과 슈프림(SUPREME)의 코드와 결합함으로써 밀레니엄 속 가상플랫폼에 등장하는 코스프레의 대상이 되어 버린다. 작가는 고매한 전통미술이 갖는 순수성의 가치를 유머코드로 전환시킴과 동시에 키치(Kitsch) 자체를 신자유주의 속 문화그룹 안에 위치시킨다.

아트놈을 보면 미술대학을 다닌 적이 없지만 풍자와 창의적 규칙을 만들며 사회의 논란거리를 예술로 승화시킨 마우리치오 카텔란(Maurizio Cattelan)이 떠오른다. 재밌고 창의적인 아트놈의 위트는 보다는 우리, 보다는 현실을 지향하기 때문이다. 누구도 제지하지 못할 장난스런 행보들은 가벼운 현상 자체를 직관적으로 드러내기에 더욱 깊이가 있다. 부분보다는 전체를 먼저 본다는 그는 타고난 천재기질을 가졌다. 남들이 봤을 때 지나칠 수 있는 부분을 강조하는가 하면, 신화화된 캐릭터나 슈프림의 패턴들을 텍스트와 결합하는 이질적인 실험들을 감행한다. 아트놈에게 아트란 세상과 가장 재밌게 대화하는 방식이자 온전한 자신으로 살게 해주는 행복한 매개체인 것이다. 오늘의 흔적을 남기는 것이 작가의 임무라면, 지금 이 자리에 선 아트놈의 행보는 작품이 만들어진 오늘의 흔적이 아닐까.

 

나는 세상으로부터 한 발 짝 떨어져 있는 현실을 기록한다. 오늘을 외면하는 예술가는 천재소리는 들을지언정 오래갈 수 있는 동력은 탑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위트 있는 유머로 세상과 자신을 균형감 있게 직시하고 싶다. - 아트놈 인터뷰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