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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현미 Yoo Hyun Mi

조각과 회화, 사진의 본질 찾는 실험

 

 

  유현미의 작업은 조각과 회화, 사진이 가지는 본질적인 특성을 탐구한다. 조각을 전공했던 배경은 차치하고서라도 전통적인 회화기법과 구도, 과거에 활동한 예술가의 화풍이 작업에 적용되기도 한다. “전통적인 미술장르가 보여주는 다양성과 개성을 존중합니다. 전통적이면서 매우 수준이 높은 명작은 항상 경외와 탐구의 대상이 되죠.” 그는 현대의 작가보다 과거의 대가들에게서 영향을 받는 편이며 표현에서는 주로 에드워드 호퍼(Edward Hopper)와 요하네스 베르메르(Johannes Vermeer)에게서 기법과 색채 사용법을 배운다. 대개의 화가들이 과거 거장들의 화풍을 연습해 자신의 방식으로 체화하는 것처럼 그도 같은 방식을 취하는 것이다. “호퍼는 굉장히 현실적인 소재의 그림을 그리면서도 초현실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내죠. 호퍼 그림 특유의 공허함과 초현실적인 시간성의 비밀은 그가 구사하는 빛과 그림자의 조작에 있어요. 같은 화면에 밤과 낮이 함께 존재하거나 그림자의 길이를 비현실적으로 늘이는 등 작가의 의도가 가미된 비현실적인 풍경을 보여주죠. 호퍼는 사실 베르메르를 연구했다고 해요. 이처럼 작가들이 서로 시공을 초월해 영향을 주고받는 것이 정말이지 멋지지 않은가요. ”그는 예술의 기본적인 조건을 아름다움에 둔다. 때문에 화면상의 아름다움, 예컨대 구도와 배치, 컬러 등 조형요소를 다루는 미장센에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이며, 회화의 연구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조각과 회화의 과정을 거친 작업은 최종적으로 사진을 통해 완성된다. 유현미의 회화처럼 보이는 사진을 통해 사진을 통해 사진이 가진 절대불변의 진리 즉 사진의 재현성을 실험한다. 전총적인 사진매체가 가져왔던 ‘사진은 사실을 재현한다’는 확고한 믿음은 회화처럼 보이는 사진에 의해 깨지고 만다. 회화인지 사진인지 분간할 수 없는 모호한 그림 앞에서 앞뒤로 움직이며 자신의 시각을 의심하던 관람자들은 작품 밑 캡션에 적힌‘print’라는 단어를 보고서야 그거이 사진인지 깨닫게 되는 것이다. 불완전한 인간의 시각이 만든 이미지의 반전인 셈이다.

  

 

김보령 기자 (월간사진 2008년 7월호)